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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베고 눕다

글 : 장루이 뽀와뜨뱅 (프랑스 미술평론가)

1. 서양과 동양

대학교에서 서양미술을 공부한 강 찬모는 일찍이 서양철학에 매료되었다. 형태와 선, 색채와 공간 사이의 관계의 깊은 연관성을 탐구하면서도 무엇인가 결여를 느꼈다. 결핍은 그것을 정확하게 사라지게 하는 것을 발견하기 전에는 정확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기 어려운 법이다. 서양적 사유가 지향하는 안정적인 삶의 구도, 그 소유나 인지에서 결핍을 느낀 그는 결국 불교에 심취하면서 거꾸로 이제껏 그가 걸어온 반대의 길, 동양적 사유의 길을 떠난다.

결핍은 무엇인가 소유하고 포착해야 하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대로 세상을 보고 살아가는 우주와 자아의 자세에 있다. 20세기 서양미술은 현상학이 펼쳐놓은 사유와 연결되어 있다. 작품은 사물과 세계가 드러내는 모습과 그 인식의 지평과의 관계로 이해된다. 이 지평은 주요한 경험의 장이어서 나와 세계의 조우의 장이기도 하다.

이 조우는 경험한 이들에게 '나와 세계가 하나가 되었다' 말하게 하는 희열의 순간을 부여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각지에서 60년대 불교와 연관되었던 예술가와 작가들, 비트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 - 당시 부상하던 팝컬쳐와 앙리미쇼 같은 시인들은 서양의 예술에 동양적 요소를 가져간 이들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도 2차 세계대전 말기에 시작된 동양과 서양의 융합의 흐름을 따라 특정한 회화와 예술작업의 분야에서 기존의 동양적 사유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강 찬모는 한국에서 예술과 정신의 풍요로움을 가지고 세계를 가로지른 심오한 움직임의 탁월한 예라 하겠다.

2. 사토리(satori)

2004년 이미 명상을 하며 불교에 회귀하면서 강 찬모는 히말라야에 간다. 그 장소가 주는 마술과 같은 힘, 눈앞에 펼쳐진 부드러운 원형의 하늘, 승려들의 나지막한 노래 속에서 그는 서로 다른 2차원의 세계, 인간의 나약함과 우주의 광활함과 만났다. 그리고 그것을 경험한 예민한 인간을 결코 심리적으로 무감하게 두지 않았다. 미물인 인간으로 무한대의 어마어마한 우주를 마주한 경험을 하고 나서, 강 찬모는 마음 깊은 곳에서 광활한 우주가 자신 안에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가 우주에 살 듯, 우주가 그 안에 있다는 깨달음이다. 이 경험은 마치 운명의 조짐 같은 것이다. 처음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아! 하는 깨달음, 그것은 미리 알 수 없고 그 당시 일어났을 때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사토리’, 즉 눈이 번쩍 뜨이는 깨달음이다. 깨달음의 순간으로 가는 여정은 길다. 그 길을 가고 있거나, 거창하게 <그 길>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면 알고 있다.

깨달음의 순간은 미리 예측할 수 없고, 만약 인지하더라도, 운명처럼 두 사람에게 일어나는 감지와 같이 그 순간 깨닫는 것이다. 따라서 사토리의 경험은 연장되는 경험이기도 하다. 처음 걷거나 글을 쓰게 된 아이의 경험과도 비슷하다.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되어 그가 살아가는 세상이 영원히 달라졌음을 느끼는 순간과 같은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결정적인 시야의 변화야말로 히말라야 심장부에서 체험한 강 찬모의 사토리이기도 하다.

3. 우주의 세 단상

강 찬모의 실제 작품은 두개의 확연히 다르면서도 보완적인 두 축의 연장선상에 있다. 많은 작품들이 산, 그것도 히말라야의 고산을 마주한다. 흰 산은 대부분 멀리 있고, 짙은 푸른 빛 산이 전방에 있다. 전체적으로 강렬하고도 부드러운 파란 하늘이 펼쳐져있다. 두 번째 축에 속하는 작품들에서는 색채가 강렬하다. 색채 가득한 어린 시절의 꿈을 마주하는 듯하다. 화폭 가득 우주의 구름이 수천 개의 전구를 가슴에 품고 떠있으며, 하나하나의 전구가 서로 다른 색을 띈 채 우주의 만물의 형체가 담긴 원에 코끼리, 새, 물고기, 사람, 나무가 떠다닌다. 결국, 그 모든 그림의 요소들은 화폭 가득 가까이 들여다보는 이들에게 지상의 모든 존재가 하늘로 돌아가 다음 지상의 귀환을 준비하는 수천 개의 상징으로 박혀있음을 알려준다.

채색된 작품 일부는 더욱 광활하고 큰 폭의 그림이다. 이것은 우주 에너지의 몽환적인 시각과 전통 민화의 결합이다. 화가가 포착한 사물의 움직임은 각 사물이 가진 색채로 율동의 은유가 되어 흐른다. 이 작품들은 작가가 자신이 세상에 대해 꿈꾸는 형태 그대로 채색된 거대한 덩어리를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시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세계가 서로 만나 하나가 되는 작품들도 있다. 우주의 하늘이 사유의 하늘을 만난다. 깨달음의 색채가 인간의 기다림 위로 열리고 둘이 새로운 차원으로 우리를 이끌며 시각적으로 탐미적인 여정에 초대하는 것이다. 무관심으로 단절된 사람과 사람, 하늘과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난다. 강 찬모의 그림 세계는 절대적인 체험으로 향하는 문을 연다. 사람들이 화폭을 마주하고 눈물을 떨구는 까닭이다.

4. 하늘, 거대한 원

인간 존재는 어찌 보면 본질적으로 중요한 역설 안에 살아간다. 물질에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인간의 영혼은 자신을 앞지르고 감싸고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인간이 평생 마주해야 하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예술이란 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과 내가 깨달은 것 사이의 접점의 답을 찾아가는 시도이다. 히말라야 이전의 강 찬모의 그림으로 돌아오면, 서양 미술적 코드의 영향을 받은 화폭에서 그가 이미 각 개체 안에 있는 고통과 번뇌를 나누고 치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이 보인다. 동물들은 가축이거나 야생이거나 당당하지만 뼈를 드러내고 있고, 가난한 농부들, 삐에따 모두 그가 그림을 그리던 당시 마주했던 고통 받는 인간의 비유다. 모든 생명체의 고통의 근원은 죽음이다.

히말라야가 그에게 드러내어 보여준 것은 긍정적인 경험 뿐 아니라 극히 구원의 경험을 공유하려 하다보면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작품을 다시 들여다보면, 흰 산은 푸른 야산을 만나며 달과 해를 만난다. 산들은 가장 순수하고도 직설적이며 우직스러운 대지의 원 모습을 닮았다.

산들은 태초, 수천만 년 전, 인간이 살 수 없었던 대지의 언어를 말한다. 그러나 그 산들은 역시 다른 말을 건네고 있다. 봉우리들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즉 하늘에 가장 가까이 닿아있다. 그 곳에서 하늘은 빛이 머무는 집인 자신의 모습을 고요히 드러낸다. 강 찬모가 그 경험을 하였기에 하늘과 땅 사이에 오간 말들을 가까이 들었다. 근원적인 체험에서 돌아와 다시 캔버스 앞에 앉은 강 찬모의 그림은 변했다. 세상의 모습, 인간의 감정을 화폭에 담아내는 일 보다 우선적으로 하늘과 땅이 하나 되는 환희의 문을 열어 사람들에게 보이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 경험 이후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하나 하나의 작품은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의 이야기가 아니라 무한한 축제의 노래가 되었다. 단순하고 선명한 색채는 강렬한 상징적 차원에서 구축되어 살아있는 감성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방법이 되었다. 긍정적인 기운과 우주의 모습이 펼쳐지는 그곳 그대로 그렸기 때문이다. 각 작품은 히말라야 이후 만달라(mandala)와 같은 효과를 전달하고 있다. 명상의 기운 안에서 인간의 삶을 보다 낫게 하는 역할을 하는 전령의 역할과 같다.

부정적인 감정을 평화로이 보듬는 색이 흰색이다. 명상의 체험을 일으키는 색은 노랑이며 온화한 상황을 이끄는 색은 빨강이다. 내적 외적 장애물을 떨치게 하는 색은 짙은 파랑이다. 강 찬모의 화폭을 가득 채우는 색들이다. 각 작품은 그가 체험한 선한 기운을 전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해와 달의 만남은 차분하고 부드러운 파랑에 실려 그의 작품의 주조를 이룬다. 큰 작품의 경우, 산의 오른쪽 끝과 왼쪽 끝이 서로 만나려는 형상을 이루기도 한다. 둘 중 하나의 경우 작품 우측의 아래 인간의 실루엣이 있다. 보호의 원을 그리고 있는 하늘에 매혹된 모습이다.

인상적인 것은 색과 형 등의 시각적 요소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화가의 철학적이고 심오하며 인간적인 우주의 통찰에 있다. 강 찬모는 하늘이 우리 가까이 있고, 내면의 눈이 외면의 눈을 통하여 화폭으로 다가가 무한을 경험할 수 있음을 이해한 독보적인 화가다.

그의 작품의 하늘은 인간이 고개를 뉘일 수 있는 베개다. 산은 흘러내리는 선으로 무형의 존재를 매우 직접적으로 경험이 가능하도록 우리에게 문을 연다. 강 찬모의 화폭에 시선을 드리울 때, 우리는 절대적 시간대에 들어선다. 우주의 괘종시계를 따라간다. 눈 덮인 흰 산은 움직이지 않는 초침이 되고, 짙푸른 파랑이 시각의 도화지다. 그림을 보는 이는 마당에 서서 태양과 달, 하늘과 땅을 번갈아 바라본다. 강 찬모가 그랬듯, 우주가 결국 그의 진정한 집이었음을 이해하고, 같은 여정을 떠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글 Jean-Louis Poitevin
번역 June Kim(ab gallery)

[인쇄하기] 2016-10-09 14: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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