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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스 박
  스칼렛의 필력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책에 보면 스칼렛이 느끼는 내적 갈등이 치열하게 묘사된 장면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이 책을 족히 열 번은 읽었기 때문에 아직도 머릿 속에 남아있는 구절이 많다.
스칼렛의 내적 갈등은 간단히 말하자면, 어머니에게 배운 숙녀로서의 품행 - 레이디 코드와 남북전쟁 와중에 모든 것을 잃고 타라를 지키기 위해 벌인 숙녀답지 않은 사업과 유혹의 전략 간의 갈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스칼렛은 자신이 물이 새는 조각배에 탄 신세라고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런 배를 타고 안전한 육지까지 가기까지 무거운 짐들, 레이디 코드 따위 바닷물 속으로 던져버리는 거라 자기 위로를 한다. 때가 되면 어머니가 가르친대로 살 거라고, 편안해지고 안전해지면 레이디같이 살 거라고.
스칼렛은 자신의 천성을 인정할 줄 모른다. 그게 무서운 교육과 사회화의 결과물이다만, 이런 스칼렛의 천성을 레트는 안다. 레트는 레이디 코드 따위가 자연스러운 스칼...렛의 모습이 아니라는 걸 안다. 외려 전쟁이라는 위기 상황을 통해 스칼렛의 천성이 발휘되고 있다는 점도 알고, 그러한 무모한 열정과 생존 의지로 뜨거운 그녀의 천성에 매혹되어 스칼렛을 사랑한다. 심지어 자신의 천성을 애써 부인하는 그 어쩔 수 없는 이중성까지도 사랑한다. 자신의 천성에 맞지 않는 남자를 짝사랑하는 것조차 품는다.
이 책은 사실 발간 당시 천만 부가 넘게 팔린 밀리언 셀러였다. 문학사에 큰 자취를 남기지 못했지만, 마가렛 미첼의 필력은 대단하고, 이따금 보이는 인간에 대한 통찰이 반짝인다. 특히, 여성의 심리는 주목해서 볼만하다.
사회화된 규범과 자신의 천성 사이에서 분열하는 모습의 끝판왕이랄까. 스칼렛이 매혹적인 건 무지한 채 천성대로 사는 모습이며, 그녀의 한계도 자신의 천성을 끝까지 의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끈질기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여성상이랄까.
그렇기에 사랑의 파탄과 비극은 예고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주입된 로맨스 신화 속의 왕자님에 대한 사랑 단계에서 너무도 늦게 벗어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인다. 낭만화된 환상이 주는 두근거림과 달아오르는 흥분이 사랑인 줄 아는 너무도 친숙하고 흔한 미숙한 여성들의 모습말이다. 사실 많은 여성들이 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살다가 늙는다. 어쩌면 많은 여성들이 너무도 뒤늦게 가슴을 치며 알게되는지도 모르겠다. 낭만과 달달하게 심장이 두근두근 뛰게하는 그런 마약같은 사랑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이 너덜거리게 만드는 질곡 속에서 기어코 소중하다 움켜잡는 내 옆의 이 낡은(?) 남자가 사랑이라는 걸, 혹은 보내버리고서야 날 마지막까지 붙들어주는 따뜻한 손을 내밀던 옛날의 그 남자가 사랑이었다는 걸, 그렇게 뒤늦게야 아는지도 모르겠다. 전자라면 <님하 그 강을 건너지마오>의 할머니처럼 남은 여생을 살아갈 거고, 후자라면 여러가지 쪼가리 쪼가리들을 주워, 애써 결핍을 기우며 살아갈 것이다. 드라마 속 왕자님에 홀딱 빠지는 가짜 낭만 쪼가리, 난 더 이상 여자가 아니라는 납심장 쪼가리, 호르몬과 애탐으로 육욕에 빠져서 이 피상적인 게 구태여 내 삶의 견딜 수 없는 시간을 보내줄 거라는 집착의 쪼가리, 다 부질없다며 허다한 인간의 칠정에서 애써 시선을 들어올림 붙잡는 허허로운 바람 쪼가리. 그렇게.
문득, 무모한 열정은 아직도 내게도 있으나 어째서 난 이런저런 쪼가리로 여기저기 기워만든 헝겊인형같이 늙은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쇄하기] 2015-01-12 17: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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