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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규
  버지니아 울프의 곤란한 신경학
  

* 버지니아 울프의 곤란한 신경학 (2)

1. 발작에 가까운 우울증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긴장감은 울프의 글쓰기 스타일 자체를 부분적으로 구성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가면 갈수록 "신경"이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캐릭터들의 주관적이고 반성에 대한 묘사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신경질환", "신경쇠약", "신경붕괴" 등과 같은 의학적이고 해부학적인 용어가 끼어드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이 시기 그녀의 일기는 "까다로운 신경 체계"에 대한 단상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울프에게 있어 우울증 발작 이후의 회복기는 곧 활발한 창작의 시간이기도 했다. 의사와 남편이 강제로 침대에서 쉬도록 할 때마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자신의 머릿속에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즉 자신의 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곤 했다. 1922년 일기에 그녀는 다음과 같이 썼다. "마흔 살의 나이에,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의 머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기 시작...했다." 바로 그해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에 대한 문학적 대답이었다.

2. <댈러웨이 부인>을 비롯한 단편들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생각은 자신의 마음이란 단 한 가지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플 때 사람들이 어떻게 여러 다른 사람들로 쪼개지는지는 신기한 일이다." 울프에게 마음이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야릇한 조합"이었으며, 따라서 "어떤 사람이 이렇다 혹은 저렇다"고 떠드는 것은 옳지 못한 소리인 것이다. "사람들을 요악하려 드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며, "생각들이란 마치 피아노 건반과도 같다. (...) 모두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3. 이미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의 원리>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다른 의식들"을 상세히 묘사한 바 있다. 그리고 현대의 인지신경과학의 실험들은 마음의 '통시적' 불연속성을 보여주는 것같다. 어떤 경험도 단기기억의 용량 제한 때문에 기껏해야 10초 이상 지속하지 못 하는데, 따라서 원리상 어떤 임의의 시점의 경험도 10초 이전의 경험과는 엄밀히 말해 동일할 수 없다. 나아가 철학자 다니엘 데넷의 의식 모델은 마음의 '공시적' 비통일성에 대한 주장으로 볼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마음이란 마치 다음엔 누가 명성(fame)을 거머쥘 것인가를 놓고 서로 열정적으로 경쟁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결국에 무엇이 의식'되어야' 하는가를 두고 아웅다웅하는 소란한 "복마전(pandemonium)"과 같다고 한다. 이는 뇌에 의식의 '장소'라 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다는 신경과학적 탐구에 근거하는데, <자기만의 방>에서 울프는 이런 마음의 발견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아주 변덕스럽고 아주 믿을 수 없으며, 어떤 때는 먼지투성이 길에서 발견되는가 하면 어떤 때는 길거리의 신문 조각에서, 또 어떤 때는 양지바른 곳에 핀 수선화에서 발견된다."

아마도 그녀는 그녀의 글을 읽는 이들이 "마음속의 단절들과 대립들"을, 의식이 "갑자기 쪼개지는" 방식을 알게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마음은 뭔가 있어 보이지만 실은 물방울들의 느슨한 우글거림일 뿐인 "파도 위의 구름처럼" 지나간다.
[인쇄하기] 2014-02-18 16: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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