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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실
  김수영
  

"아니, 자유국가에서 욕도 내 맘대로 못한단 말이요?"
" 글쎄 김형 말이 도가 지나치니까 하는 말이요"
" 도가 지나쳐? 그럼 이 썩어 빠지고 독재나 일삼는 정부나 늙은 독재가를 빼놓고 불쌍하고 힘없는 문인들 험담이나 해서 쓰겠어? 당신 시가 예술지상주의 냄새가 나는건 그 지나친 조심조심 때문이오"

1950년대 말 명동의 한 술집 여러 문인이 모인 자리에서 얘기가 오가다 침묵하고 있던 한 키 큰 사내는 결국 술상을 엎었다....
그토록 혁명을 원했음에도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없었다는 소시민의 한계에 대한 비애와 현실의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이기도 했다는 뼈저린 인식으로 시를 썼던 키 큰 남자 ' 김수영'

며칠 전 산 김수영 전집에는 육필로 그의 비문에 새겨진 <...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 이 375번째 마지막 시로 기록되어 있다. 이 시를 쓴 보름 후 운전기사가 딸린 폭스바겐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후배문인의 말을 거절하고 혼자 버스에서 내린 뒤 인도로 돌진하는 차에 부딪혀 47세의 영원한 청년으로 생을 마감한다.
사백여편의 그의 시를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심장이 콕콕 쑤신다. 책 표지 마지막 문장, 김현은 이렇게 적었다. < 김수영의 시적 주제는 자유다... 그의 시가 노래한다 라고 쓰는 것은 옳지 않다. 그는 절규한다> 이틀 이 곳에는 비가 내렸다. 답답한 가슴으로 열고 나간 베란다에서 보이는 안개 내려 앉은 뒷산 풍경. 모든 생의 모호함과 경계의 불분명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무하는 그의 낮고 낮은 목소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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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悲哀)를 알고 있느냐

명령하고 결의하고
' 평범하게 되려는 일' 가운데
해초처럼 움직이는
바람에 나부껴서 밤을 모르고
언제나 새벽만을 향하고 있는
투명한 움직임의 비애를 알고 있느냐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

비가 오고 있다.
움직이는 비애여

결의하는 비애
변혁하는 비애
현대의 자살
그러나 오늘 비가 너 대신 움직이고 있다
무수한 너의 ' 종교' 를 보라

계사 위에 울리는 곡괭이소리
동물의 교향곡
잠을 자면서 머리를 식히는 사색가
-- 모든 곳에 너무나 많은 움직임이 있다

여보
비는 움직임을 제(制)하는 결의
움직이는 휴식

여보
그래도 무엇인가 보이지 않느냐
그래서 비가 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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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하기] 2013-12-20 17: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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