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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산홍엽(滿山紅葉)
  

만산홍엽(滿山紅葉)
                                     정 목 일

11월 중순의 지리산은 만산홍엽입니다.
가을은 절정에 다달았습니다. 지리산은 눈을 감고 쉼호홉을 합니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을 이루기 전의 모습입니다.

지리산은 영혼의 광채로 빛납니다. 나무, 풀, 꽃들은 드디어 완성을 이루고야 말았습니다. 잎새 하나. 씨앗 하나에 이르기까지 제 모습 제 빛깔을 보여줍니다. 산능선과 골짜기들은 단풍으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산의 모든 것들이 마음을 열고 있습니다. 깨달음의 색채들이 어울려 환희가 되고 춤이 되고 노래가 됩니다.

하늘과 땅을 봅니다. 백두대간의 모든 산맥들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산은 붉은 신음을 토해냅니다. 제 일생으로 빚은 수백, 아니 수천의 색채들이 화음을 빚어내어 대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장엄한 노을빛 연주입니다.

천차만별의 색채입니다. 홍(紅), 적(赤), 황(黃), 갈(葛)이 있으며 홍에도 불그스름, 불그무레, 불그죽죽, 발그스레, 발그무레, 불긋불긋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붉은 빛깔의 향연입니다. 두 가지 색채들이 합해진 듯한 홍적, 황갈, 적황, 홍갈도 있습니다. 단풍은 감동과 포옹의 빛깔입니다. 얼싸 안고 일체감이 돼버리고 마는 순정의 색깔입니다.

낙엽 한 잎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바라봅니다. 일생의 삶과 집중력이 물들어 있습니다. 햇빛과 물과 바람과 노래가 잠겨 있습니다. 식물은 신기한 생명시계를 지니고 있어서 햇빛과 계절에 삶을 맞춰가는 것일까요. 꽃이 필 때와 질 때를 압니다. 단풍이 들 때와 떨어질 때를 압니다. 아름다움이 절정이 이르면 신음이 되는 것을 목격합니다.

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낙엽들이 발에 밟히며 소리를 냅니다. 나는 아름다움만을 보진 않겠습니다. 눈보라 속에 새싹을 틔운 인내, 폭풍 속에서 견뎌낸 시련을 보겠습니다. 별들의 반짝임을 보고 바람의 말을 듣겠습니다. 겨울잠을 준비하는 짐승들, 고치를 만들거나 잎사귀 뒤에 알들을 수북히 붙여놓고 사라진 곤충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풀 하나 나무 하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을 이끌어 만산홍엽으로 불타게 하는 이 극치는 무엇일까요. 잎맥 끝까지 물들어버린 이 순간, 산은 깊은 명상 속에 빠져있습니다.

산의 겉모습만을 보지 않겠습니다. 일생의 극점만을 보지 않겠습니다. 해체와 비움을 보겠습니다. 화려한 옷들을 벗어버리는 모습을 보겠습니다. 성장과 수식의 겉치레를 훌훌 벗어버리는 것을 보겠습니다. 만산홍엽만으로 적멸보궁에 이르지 못함을 알겠습니다.
[인쇄하기] 2013-11-10 04: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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